단색화와 이우환

국제갤러리는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병렬전시 <단색화>의 연계된 야외 조각 설치의 일환으로 이우환의 대규모 장소특정적 조각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미 국제적인 미술계에서 동시대의 지성이자 엄격한 작품 태도로 그만의 고유한 철학적 작품언어의 궤적을 지속해온 이우환은 이탈리아 베니스의 다양한 팔라쪼(이태리만의 고유한 건축양식을 지닌 웅장한 건물) 중 가장 기하학적인 야외 공간을 자랑하는 팔라쪼 콘타리니-폴리냑의 지상 층에서 그의 고유한 작품 소재인 철과 돌 그리고 뉴트럴한 본래 공간의 자연적 여건을 고려한 신작을 선보인다.

특별히 이번 국제갤러리 주최하고 벨기에의 보고시안 재단이 주관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병렬전시관 야외 공간을 위해 이우환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Dialogue, 관계 항> 연작을 선보인다. 이 다섯 가지의 조각적 제스처들은 공간 내에서 가공되지 않고, 점유되며, 실천과 무위 사이를 반추하는 장면을 나타내며,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물질과 인식의 관계에 따른 미묘한 경계를 반영한다.

이우환은 이번 작품에 대해 “표현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하고 싶었다. 무의미한 것을 버리고 존재하는 것이 아직 나타내지 않은 것을 통해 그 실제적인 파급을 목도하고자 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향하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개입을 배제하고 직관에 근간한 관념을 추구했으며, 1960년대 후반 모노하의 주역으로서 그가 매진해온 철학적인 반추와 미학적 패러다임을 완결하는 특별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설치는 모노하의 본질에서 창안된 미학적 요소와 이를 점유하는 공간 관계의 역동성을 조망한다.

뿐만 아니라 팔라조 내부에 개관하는 <단색화>전과 함께 선보이는 <단색화와 이우환>, 야외설치 전은 자연적으로 형상화된 바위와 돌, 그리고 자갈에 이르는 재료로 구성된 대규모의 설치 작업 및 이를 위한 작가의 개인적인 사유를 드러내는 드로잉들로 이루어진다. 이 두 전시는 당시 비슷한 시점을 전후로 태동한 단색화와 모노하 운동을 재조명하는 당시의 시대적 현상과 배경을 환기시킨다. 단색화와 모노하는 70년대를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예술 운동으로서, 당시 한국을 기반으로 한 시대적 현상에 따른 기존의 보수성을 전복시킨 아방가르드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우환은 자국의 동시대 작가들 및 그가 작품 활동의 기반으로 삼았던 일본의 두 장소를 잇는 가교적 역할을 한 바 있으며, 단색화 태동기 다수의 작가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우환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단색화에서 소개된 물질성과 신체성, 그에 파생된 반복성과 관계성에 대한 그만의 철학적 사유를 다채로운 작품의 궤적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단색화>전은 세계적인 미술 행사이자 축제인 제 56회 베니스비엔날레와 더불어 단색화가 한국의 미학적 자주성이나 한국미술의 대표성을 촉발하는 그 명칭에서부터 전개과정에 대한 배경, 미학적 견지, 역사적 맥락에 따른 작가론, 근래의 글로벌미술계의 주목현상, 나아가 시장의 영향력에 이르는 폭넓고 다채로운 시각을 조망함으로써 향후 단색화뿐만 아니라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궤적을 지속적으로 국제미술계에 소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